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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향은 글감의 텃밭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후회하지 않은 일을 묻는다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고향을 떠나지 않았던 것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고향은 내 글감을 가꾸고 있는 기름진 텃밭이기 때문이다 담담한 눈길로 주변을 뒤적거려 보면

  곳곳에 가슴뭉클하게 할 글감들이 제 모습을 허물어드리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내 고향은 태백산맥의 우람한 어깨를 다독이며 걸어 내려오던 대관령이 부르튼 발을 파도 자락에 씻고 있는 강릉이다

  :강릉에서 나서 평생 대관령을 한변도 넘지 않고 죽어도 그보다 복된 삶은 없다"며 풍광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문향의 긍지를

  은근하게 밑그림으로 그려놓는 일에 인색하지 않았던 옛 어른들의 선견지명도 저릿한 글감이다

  그림자 걷어낸 마음 안에서/ 단정한 빛깔들만 사려내어/ 일찍 잠 깬 새벽바다에 풀어 놓을줄 아는 사람들/

  글 읽는 소리 자욱한 뜰 안/ 아침까지 날아들 별 바른 자리마다/ 욕심 없는 감나무 한 그루씩/심을 줄 아는 사람들/

  가슴에 심어두고 꿈 밭을 일구는/산과 바다 호수와 소나무를/따뜻하고 인자한 풍경으로/가꿀 줄 아는 사람들,

              ㅡ<강릉 사람들> 전문      

 삭이지 못한 속을 말끔하게 비우고 싶을땐 바다를 찾는다   내 속을 마음 편하게 풀어 놓을 곳은 파도가 감아 빗긴

 고향 해변이라는 아집 때문만은 아니다 해송 숲에서 아랫도리를 벗고 있는 모래 밭에는 어머니의 따뜻하고 낮은 목소리며

  친구들의 뼈 없는 농지거리와 함께 나이 들고 있는 달, 그리고 아무리 흔들어도 꺽이지 않은 바람과 맑은 웃음소리로

  걷어 올린 내 유년의 맨 종아리가 그대로 달려 나올 것 같아서이다,

  시인 조영수

 문학의 집 서울 일부분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