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일어나자마자 바로 옷입고 눈 치우러 나갔습니다.
앞집 아저씨와 윗윗집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이미 나오셔서 눈을 치우고 계시더군요.
저도 저희 집앞 눈과 바로 윗집 눈을 죽으라고 열심히 치웠습니다.
마무리로 빗질까지 완벽하게...
눈이 안온게 아닌가 할 정도로 깨끗하게 치웠습니다.
산 중턱에 있는 전원주택단지이다보니 상시 거주하시는 분들이 많으신 것도 아니고,
또 눈 한번 오면 장난 아니게 와서 무조건 치워야 올라오시는 분들이 다치지 않고 오실 수 있기에
참 열심히 치웠습니다.
저도 나이는 좀 있지만 이곳에서는 젊은 편이라 힘든거 티 안내고 그렇게 치웠는데...
앞집 아저씨께서 저한테 하시는 말씀이 산 밑에서부터 전부 다 치우고 오셨다고 합니다.
언제 나오셔서 거기서부터 이 위까지 치우셨냐고 여쭸더니 새벽 5시에 나오셨다고 합니다.
죄송한 마음에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할테니 얼른 들어가서 쉬시라고 했습니다.
그때가 오전11시를 좀 넘겼을 땝니다.
나머지 다 치우고 마무리 하고, 그리고 집에 들어와 씻고 늦은 점심 먹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리고 마트에도 갈 일이 생겨서 차를 가지고 내려왔습니다.
저희 단지 올라오는 길 초입엔 식품가공공장과 세탁공장, 그리고 원룸빌라가 차례로 있습니다.
기가 막힌건 지금부터입니다.
공장들은 자기네 입구만 정확하게 제설을 합니다.
더 재밌는건 세탁공장은 정확하게 트럭의 진입경로만 제설을 합니다.
아주 정확합니다. 그 외의 곳은 전혀 제설을 하지 않습니다.
그 다음... 원룸빌라는 차가 가장 많은 곳으로 운행이 가장 많습니다.
그런데 주차장만 제설을 합니다.
앞집 아저씨께서 주인과 얘기도 해봤다고 하시는데 말이 안 통한다고 합니다.
세탁공장 앞에는 1차 언덕이 있습니다.
세탁공장을 끼고 올라오는 언덕입니다.
좀 가파르죠... 여길 죽어도 안치웁니다.
오늘 제 차는 이곳에서 이리저리 차 꼬랑지를 흔들다가 겨우 올라왔습니다.
(제 차는 후륜구동입니다.)
원룸빌라 앞에도 2차 언덕과 커브가 있습니다.
앞집 아저씨께서 죽으라 치우셨는지 그래도 이번엔 살짝 꼬랑지를 뒤틀다 바로 올라왔습니다.
3차 언덕은 직선도로이기는 하지만 이곳도 꽤 가파른 경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곳에도 사시는 분이 계신데....
죽으라고 눈 치우고 있어도 이분 역시 나와서 구경만 하시다가...
자기 바로 집앞의 그분 차량을 주차하시는 곳만 치우고 들어가십니다.
허허허.....
맨 마지막 언덕과 커브는 그곳에 위치한 건물의 주인께서 매번 깨끗하게 치워주십니다.
뭐, 저도 간간히 돕기도 하구요...
근데...................
세탁공장, 원룸빌라, 그리고 3차 언덕집... 이 양반들 왜 이러시는 걸까요?
조금만 더 치워주면, 최소한 위험한 구간만큼만 각자 알아서 치워주면 모두 편한텐데...
먼젓번에 눈이 엄청 왔었을 때, 앞집 아저씨와 함께 원룸빌라, 세탁공장 앞 도로를 죽우라고 치운 적이 있습니다.
이미 차량들을 운행을 해서 단단해진 눈을 삽으로 일일이 깨가면서 죽으라고 치웠습니다.
이 양반들, 나와서 구경하더니 그냥 들어가 버리더군요.
염화칼슘을 공동구매해서 사용하자고 했더니 아무 말도 없습니다.
한마디로 '맨 위에 사는 너희가 아쉬우면 알아서 해라' 였습니다.
우리나라, 경제수준은 높아가는데 정치수준과 시민의식수준은 아직도 한참 먼 것 같습니다.
제가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건가요?
남을 배려하는 맘이 너무 없어진 것 같습니다.
몇일째 계속되는 제설작업에 너무 힘이 들어 푸념 한번 했습니다.
1월 1일에도 눈이 온다고 하네요.
앞집 아저씨께서 그 날은 일어나는 대로 밑에서부터 일단 시작하자고 하시네요.
연세도 있으신 분께서 그러시더군요.
인간같지도 않은 것들 생각하면 치우고 싶지도 않지만,
그래도 다시 생각해보면 내 몸 하나 힘들어서 다른 사람들 편하다면.....
그러니 할 수 밖에...
요즘 많이 배우고 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