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전라도의 한 대학에서 조교생활을 하던 지금은 취업준비생이된 백수입니다.
1년 365일동안 참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다 좋은 추억들이라 정리할꼄 이렇게 적어봅니다.
사실 저는 경찰행정을 전공하여 졸업후에 지속적으로 경찰채용을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합격을 하면 좋겠지만 참 세상사 쉽지 않지요.점점 지쳐갈때쯔음 전공교수님이 야 너 조교 한 1년만 안할래?발목 안잡을테니까
한번 해봐라!하고 연락을 주셨습니다.
당시 고추밭에서 고추대를 박고 있던 저는(본가가 시골 외딴집입니다^^..) 어어..갑작스런 전화라 당황했지만 그래도 다시학교가서
우리과애들보면서 일하면 과에 도움도 되고 선배로서 재미있겠다 싶어서 가겠습니다!하고 다음날 이력서 들고 학교를 가게됩니다.
근데..경찰행정학과에서 일하는게 아닌 예술치료학과라는..이름만 들어도 생소한곳에 추천을 하셨더라구요.하하하..
가서 이것저것 설명을 듣는데 미술재료도 엄청많고 악기도 진짜 최소50가지는 넘는것 같더라구요.와우..
그리고 저와 함께 일하는 파트너 조교는 정말 똑똑하고 실수없이 일하는 아이였기에 진짜 일할때 혼도 나고 뭔가 무시당하는 느낌도
있어서 참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그런데 나중에는 다 배려였다는걸 알게되더라구요ㅎㅎ)
첫출근도 다이나믹하게 드럼서클이라고 음악치료의 일종으로 사람수만큼 북을 가져다놓고 원을 이루며 소리로 소통하고 서로를
배려하며 이해하는 일종의 강의이자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고 저는 첫출근부터 북을 치게 되었습니다.ㅋㅋㅋㅋ
제가 얼마나 얼빠진 얼굴을 하고 북을 치고 있었는지 교수님이 쭈욱 보시다가 그냥 빠져있어도 괜찮다고 말씀하셔서 냅다 튀어나갔습니다.
하하..그리고 그곳에서 학생들에게 처음 인사를 하게되었고 그게 우리 예술치료학과 학생들과 첫 만남이였습니다.
제가 하는 일은 학생들의 실습과 인턴을 관리하고 역시 실습병원과 인턴병원과의 계약관리와 새로운 업체와의 협약진행,
그리고 가장 중요한 악기와 미술재료 관리가 주업무였습니다.
근데 저는 전공이 이쪽과 너무 달라서 또 과분위기가 너무 달라서 적응하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저희과는 사람도 몇배는 많았고 과분위기도 아무래도 다들 시험준비하고 그러는지라 가라앉아있었고
필요이상의 교류가 없어서 딱 베프몇명만 알고가는 그런 분위기로 학교를 4년 다녔는데..
예술치료학과는 졸업생부터 지금 1학년까지 쭈욱 끈끈함으로 연결되어있을정도로 서로가 서로를 챙기고
정말 같은과사람이라는것 하나로 똘똘뭉쳐 있었습니다.
그리고 교수님들은 누가 누구랑 사귀고 헤어졌다는걸 학생 한명한명다 알고계실정도로 벽없이 학생들과 어울리고 계셨구요.
처음와서 이부분이 가장 부러웠던것 같습니다.조금은 건조했던 대학생활이 좀 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던것 같아요.
지금생각하면 4년동안 대학생활하면서 못채운 여러감정과 추억들을 조교하는 1년동안 다 채우고 나온것 같아서 행복합니다.
아무튼!참 처음은 다들 그러시겠지만 실수도 많았습니다.
악기이름을 모르니 애들이 뭘 빌려가도 모르고 그와중에 또 미술재료 막 강의시간에 쓴다고
준비해가는데 기존 조교실은 항상 문이 닫혀있었는지 아이들이 어디에 뭐가 있는지 다 모르고 있더군요.
전 그래서 아이들한테 도움도 받고 주고 할꼄 조교실문을 항상 열어두기로 했습니다.
(교수님은 연구자료가 있기때문에 항상 철저하게 애들 못오게 하라고 하셨지만...저 이제보니 말 참 안듣는 조교였네요..)
그때부터 저의 조교생활이 참 즐거워졌던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지나가면서 꼬박꼬박 인사를 하고..정말 어떤아이는 5번 지나가면 5번 다 조교쌔애애애애애애앰!
안녕하세요오~하더라구요..하지말라고하면 또 삐져버려서 그냥 열심히 저도 인사 5번 했습니다.
미술재료와 악기 빌리러올때도 여러가지 개인적인 일들을 물어보며 학생 인적관리도 하고 더 친해지고 힘든 고민이 있으면 들어주고 조언해주고..
꼴에 몇살 차이도 안나는데 참 조교로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었네요.
또 한번은 매우 큰 국제적인 행사를 준비하는데 이때는 정말 야근이많았습니다.보통 조교 퇴근시간이 6시인데..
이때는 심하면 10,11시에 집에 간적도 있고 새벽까지 일한적도 있었던것 같아요.
그런데 아이들이 어떻게 알고 도너츠나 치킨등을 사오더라구요.
조교쌤 고생많으시다고...
세상에 이렇게 조교챙기는 학생이 어디있을까요...진짜 너무너무 고마웠습니다.저도 막 맛있는거 사주고 싶은데 박봉의 조교라 원룸비내고
용돈하고 동생원룸비까지 내주면 남는게 없더라구요.그래서 제가 사줄때보다 학생들이 저를 사줄때가 더 많아서 너무너무 미안했습니다.
지금도 길가다가 예술치료학과 학생들보면 막 뭔가 사주고 싶고 그러더라구요..ㅠ.ㅠ
또 하루는 아이들이 강의를 끝나고 오는데 나오는 족족 다 울면서 나오더라구요.그래서 아 이 학과는 강의시간에 영혼끝까지 털려서
나오는건가 하면서 걱정했는데, 울면서도 뭔가 속이 시원해보이더라구요.알고보니 이것도 강의의 일환인데..
예술치료사의 경우 환자의 가장 깊은 심리를 터치하는 직업인지라 치료사자체가 자기를 정확하게 이해를 하고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나쁜기억들과 감정들까지 말이지요..그래서 그 부분을 찾아케어하는 수업이 있더라구요.개인적으로 조교하는 1년 동안 이강의는 정말
한번쯤 꼭 청강이라도 하고 싶었는데 못해서 아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지 아이들이 정말 열심히 삽니다.
하루종일 뭔가 그리고 연주하고 실습기관에 계신 분들을 어떻게 해야 웃게 만들까 아픈곳을 어루어만져줄까 상의하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보다 어린 아이들이 대견스럽게 보이더군요.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어느덧 파트너조교는 계약기간을 채우고 떠나가고 이제 새로운 파트너조교이자 후임이 오게됩니다.
학생일때는 그렇게 대화가 오고간적도 없고(4학년은 인턴을 나가서 학교를 하루나 이틀밖에 안나오거든요..)친한 사이도 아니라서
처음에는 나름 또 이것대로 힘들더라구요.낯가림이 다소 있는 친구였습니다.
일단 저희과는 일도 많은데 이 친구는 대학원까지 병행하면서 정말 바쁘게 살더군요.퇴근하고 야간에 바로 강의를 들으러가야하고..
어떤날은 근무시간중에도 강의를 들어야할정도로 정신없게 지냈습니다.
문제는 곧 터지더군요.일단 저랑 같은 조교이지만 서로 일하는 분야는 확실하게 분리가 되어있어서 서로 일을 잘 모르는게 문제였습니다.
둘중 하나가 자리를 비우면 서로의 일을 대신 해줄수가 없어서 일이 지연이 되고 욕먹는 일이 반복되더군요.
게다가 그 아이는 행정실에있고 저는 조교실 즉 별도의 연구실에 있어서 아무래도 많은 압박을 받는것 같았습니다.
교수님도 엄청 힘들어하시더라구요.애가 조교일에 정착을 못하고 붕떠있고 실수도 많아서 걱정이라고...
저는 그래도 꼴에 선임이라고 직원들 사이에서 열심히 조율하고 이 아이가 적응할수 있게 아예 행정실에 붙어서 모든 일을 하나하나
봐주기로 마음먹고 행동에 옮겼습니다.아무래도 혼자하다가 둘이하니 훨씬 좋아지더군요.
하지만 제가 바빠서 없으면 실수가 나오고 이건 또 이것대로 많이 혼나서 하루는 제 조교실로 오라고 했습니다.
많이 힘들지?나도 그랬어.. 라고 말을 하니 그 아이가 저 힘든거 이해가되요?하면서 갑자기 폭풍 울더라구요...
사실 저는 남중남고 나오고 대학생활때도 여학생들과 가깝게 지내지 않아서 참 당황스러웠지만 저도 처음에 엄청 힘들고
서러웠던 기억들이 있어서 그것들을 하나씩 말하면서 달래주었습니다.
그 날이후로 이 아이가 마음을 강하게 먹은건지 실수해도 회피하지 않고 어려운일도 먼저 나서서 하려고 노력하더군요.
제가 계약이 끝나갈때쯔음 저보다 훨씬 일을 잘하더라구요.참 다행입니다.
아..참고로 예술치료학과는 남자보다 여자가 10배 많아요.그래서 정말 건물내에 여자밖에 없습니다.다른 조교들이 참 부러워했지요..ㅋㅋ..
물론 저는 힘들었습니다만..(뭐라고 좀 하면 아이들이 울어버려서 참 미안하기도하고..내가 잘못한건 없는거 같은데 죄진거 같고..)
어느덧 시간이 흘러서 저의 계약기간이 끝나게되었지만 계약이 끝난 다음주가 음악회와 미술전시회가 있어서 일주일정도 더 출근을 하기로
했습니다.
미술작품 막 걸고..하는데 이게 맨날 벽에서 떨어지더군요.아침에가서 붙이고 점심에 와서 붙이고 밤에와서 붙이고..밥도 여기서 먹고..
음악회는 제가 생각했던것보다 너무 진도가 안나와서 화도 많이내고 저때문에 운 아이들도 많았는데;
대학원쌤들이 우리도 그랬지만 막상 실전 은 강하다고 지켜보라고해서 그냥 풀어놨더니 정말 음악회당일은 엄청나게 잘 하더라구요.
다들 감동받은 표정으로 음악회를 즐기는 손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도 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전시회 오프닝때는 학생들이 저한테 말도 안하고 인사할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줘서 뭐라고 말했는지
기억도 안나는 마지막인사를 했었네요..좀 감동적으로 했어야 했는데 제길...
그렇게 조교일이 끝나고나서 마지막으로 퇴근을하고 제 원룸으로 돌아오니 조교하기 1년전의 그 경찰채용시험 준비하던 때로 돌아온것 같아뭔가 마음이 허하더라구요.정말 아이들하고 정이많이 들었구나 느꼈습니다.그러던중에 2학년 과대가 와서 2학년 학생 전체가 쓴 롤링페이퍼라고 주더라구요.학생 한명한명 기억해내려고 애쓰면서 정말 행복하게 읽었습니다.가장 혼을 많이 낸 학년인데 그래도 마지막까지 싫은표정 하지않고 저를 잘 대해줘서 정말 고맙고 고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얼굴보면 절대 못할것 같아서 여기에 남깁니다.
제가 사는 원룸 아래층이 대학원생들의 아지트라서 가끔 학생들이 이 원룸에 놀러와서 노래를 부르면서
(같이 원룸사는 사람들은 뭐라고 합니다만.)
저를 부를때가 있습니다.참 귀엽지요..ㅎㅎ..그럼 그냥 원룸밖에 원을 그리고 앉아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밤을 보내곤 합니다.
조교하기전에는 그냥 하고 싶은것도 없고 아무생각없이 책상에 앉아서 법전이나보며 시간을 보냈는데..
1년동안 조교를 하면서 이 아이들을 보면서 저도 뭔가 더 탄력적이고 재미있는 삶을 살려고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
아 정말 쓰다보니 길게도 썼네요..
제가 글 재주가 좋지 않아서 재미가 없었을지도 모르고 끝까지 읽은분도 없으실듯 하지만..
아무튼 다들 좋은 하루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