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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길 바란다

산뜻했던 봄 바람이 가고 눈부신 햇살이 나를 태운다

가끔 내리는 비가 전해준 물냄새가 내 코끝을 파고들면 문뜩 가슴 한켠이 간지럽다

네게서 난 언제나 향기를 맡았다

기다리는 내게 미안하다며 뛸 때의 풋풋한 땀 냄새

쑥스러운듯 웃으며 내게 안길 때의 샴푸 냄새

내가 보고 싶다며 전화기 너머로 풍겨오는 소주 냄새

미안하다며 울던 그 눈물에서도 난 냄새, 아니 향기를 맡았다

그래 향기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난 모든 향을 맡을 때 마다 내 안에서 네가 뛰는 것 같다

하지만 빛은, 빛에게는 추억이 없다 우리는 언제나 밤에 만났으니까

비가 올 때면 나는 행복하다 우리가 만난 마지막 날이니까.

하늘이 어둡다. 사방은 꿉꿉한 습기로 가득차고 흙 냄새가 사물사물 올라오니 난 또 그립다.

빗소리가 들린다. 난 어느새 우산을 찾아 집을 뛰쳐 나가며 네게 전화를 한다.

"어디야 . 지금 갈게 . 너를 다시 보고 싶다 ."

"나도.. 가고 있었어... 우리 ..."

뚝

아! 너를 생각하며 내가 만든 우리에 갇혔던 지난날들, 차마 배터리 충전을 생각 못 했다

난 무작정 너와 걸었던 거리로, 함께 했던 곳으로, 즐겁게 웃던 추억 속으로 뛰어간다. 너에게 닿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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