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처 / 정호승 (원본작)
내 그대 그리운 눈부처 되리
그대 눈동자 푸른 하늘가
잎새들 지고 산새들 잠든
그대 눈동자 들길 밖으로
내 그대 일평생 눈부처 되리.
그대는 이 세상
그 누구의 곁에도 있지 못하고
오늘도 곤고히
마음의 길을 걸으며 슬퍼하노니
저무는 눈동자 어두운 골목
바람이 불고 저녁별 뜰 때
내 그대 인생의 눈부처 되리.
내 죽을 때 망초꽃 되어
그대 맑은 눈동자 눈부처 되리.
위의 시는 본래 발표작 같고 아랫것은 퇴고작으로 예견됨
같은 작품이지만 위의것은 1연으로 이루어졌고 아래 이후에는
2연으로 이루어진퇴고의 흔적이 발견됩니다.
※특히, 습작의 입장에서 시에대한 갈망 그리고 습작의 변천적 어떤
틀에 관심이 많으신분들께 적지않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여 비교분석,
문학공부해 보시라고 두 작품을 함께 올립니다.
눈부처 / 정호승(퇴고작)
내 그대 그리운 눈부처되리
그대 눈동자 푸른 하늘가
잎새들 지고 산새들 잠든
그대 눈동자 들길 밖으로
내 그대 일평생 눈부처 되리
그대는 이 세상
그 누구의 곁에도 있지 못하고
오늘도 마음의 길을 걸으며 슬퍼하노니
그대 눈동자 어두운 골목
바람이 불고 저녁별 뜰 때
내 그대 일평생 눈부처 되리
- 정호승의《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중에서 -
*눈부처의 낱말뜻은 '눈동자에 비치어 나타난
사람의 형상'입니다. 그러나 이 책의 작가가 말하는 뜻은
'진실로 사랑하는 사람의 눈동자에 비친 자신의 모습'입니다.
＂나는 일평생 당신의 눈부처가 되고 싶다.＂
또 하나의 최상급 사랑 고백입니다.
~~~~~~↓2004.11.9 밝힌등불 감상론~~~~
★ 위의 두가지로 보여진 시를 보셨지요? 어떻습니까?
위엣것은 마치 방금 떠올린 시어들을 나열한듯하게 느껴지고
반면에 아래 2연으로 갈라서 정리한 것은 같은 글인데도
전체적으로 3행정도를 줄였는데도 말이죠
음율이 살아나 여운이 길게 연장돼 느껴지지요.
이와 같이 詩에 있어서 음율이 얼마나 중요한 역활을
하는지 짐작되셨으리라 믿고 본론을 감상해 보겠습니다
눈부처(눈 부처)의 낱말 뜻처럼 설명글이 맞습니다.
그러나 시의 깊이를 설명함에는 조금은 어딘지 모르게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 몇자 끄적입니다.
화자가 사랑하는 대상의 그대는, 지금 공기맑고 싱그러운
대자연 그대로의 정황적 이미지 즉, 농촌적 생활 근거지를
두고 있음을 노래하고 있다고 봐야 하는데요(1연 2,3,4행
에서 잘 나타납니다)
사랑하는 그대 눈동자(현재의 위치)에 비추이는 사물들의
묘사를 시어로 끌어 내어진 점이 바로 확실한 증거가 됩니다.
이 시에서 그대란...우리가 흔히 떠 올리는 연인관계일 수도
있지만 이 시에서는 좀더 정확히 말한다면 화자가 사랑하던
"어머니"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엿볼 수가 있습니다.
2연에서 그러한 정황들이 그려지고 있는 것입니다.
먼저 2연 1,2행....그대는 이 세상/그 누구의 곁에도 있지
못하고... 현재 그 누구의 곁에도 있지 못하는 이미지가 그것인데요.
이 시가 쓰여진 때는 이미 그 누구의 곁에도 있지못하고라는
시어가 말해 주듯 이 세상 사람이 아닌것이 되지요.
2연 3행으로 이어지면서 더 더욱 뚜렷이 나타나게 됩니다.
"오늘도 마음의 길을 걸으며 슬퍼하노니"...이렇게 마음안의
길에서나 만나보고 곁에 두어지는 대상이고 맙니다.
"그대 눈동자 어두운 골목/바람이 불고 저녁별 뜰 때"..그런데
이 세상 그 누구의 곁에도 없는 대상이 눈동자에 어두운 골목
그리고 바람이 불고 저녁별 뜰때라고 노래를 합니다.
이것은 과거로의 회귀적 이미지즘 처리이며 곧 바로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이만 저만 가슴에 한 없는 사랑의 노래로
승화되어 들리는 것인 게지요.2연 4,5행의 흐름으로 보아 늦은
가을이나 초겨울 혹은 순백의 눈발이 날려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버린 시기임을 느껴집니다.
그마만큼 어머니의 삶에 있어서 늘, 신산한 삶의 언저리가
눈동자를 통하여 내비춰진 형상을 노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또 다른 작품에서 순백의 세상 새벽 일찍 일어나 아무도
걷지 않은 길을 아버지가 출근하시고 어머니가 싸리비로 쓸어
내시고 자신은 그 길을 따라 첫눈 오면 만나리라던 약속의 장소로
그 길을 통해 가고 싶다고 노래합니다.이와 같이 화자의 지난
세월의 삶이 이 시에서 여실하게 나타난다 하겠지요.그것은
어느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 마을을 연상케하지만 그렇다고
오지는 아닌듯 합니다.아버지께서 출근 하셨다는 언어가 그것인데요.
출근할 만한 일터(직장)가 말해줍니다.
이 시에서 2연 마지막 행이 대단한 마음의 각오가 서려 있음을 알게 됩니다.
"내 그대 일평생 눈부처 되리"..이 말은 무엇일까요? 눈부처
뜻대로라면 늘 일평생을 다하여 사랑과 더불어 곁에 있겠다는 것이 되지요.
그렇게 읽혀지고 느껴지는 것은 겉보기 일 뿐이고,앞행의 초저녁
별이 뜰때 화자는 조용히 깊은 가슴속에 다짐 하 나를 새깁니다.
그것이 마지막 행인데 어머니의 일평생(눈부처)을 눈동자에
비추이게 곁에서 사랑하고 사랑하여 효심을 다하리라...라고
다짐해보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처럼 느껴져 짚고 넘어 가야 할 대목 하 나가
발견되고 맙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어떻게 이미 이 세상
그 누구의 곁에도 없는 대상인데 눈부처가 되리라 하는가인데요.
이 말은 어머니의 삶을 통하여 비추어진 정황들의 깊은 휘귀의
반성과 깊으디 깊은 효심에서 우러나오는 표현인데요 한 평생을
그대(어머니)가 바라시던 사람으로 흐트러짐 없이 살아 가리라......
하는 다짐의 말로도 해석이 가능해 집니다.
* 이 시에서 그대라는 시어가 주는 주인이 누구이냐 하는 정확한 구분이
먼저 가려져야 하는데 <밝힌등불>은 어째서 어머니로 주장을 하는가 하는
의문을 가질 독자들에게 노파심으로 추가를 합니다.
이 시의 1연 1행을 보면 /내 그대 그리운 눈부처되리/ 라고 시작을 엽니다.
이 부분이 가장 확실한 포인트 증거가 됩니다.
다짐하는 마음의 것이 눈부처는 눈부처이되 그냥 눈부처라면 현실속
눈부처가 되지만, "그리운 눈부처"라는 언급의 사실에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리운=그립다는 것은 곁에가 아닌 동떨어진 세계를 암시하는 언어가 됩니다.
이 시의 감상론 전문에서처럼 눈부처 낱말 그대로 눈부처가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좀더 세밀하게 관찰(또는, 성찰)을 하면 그리운 눈부처입니다.
따라서 눈동자 속에 비추어진 이름으로 형상화가 된 눈부처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정확히 1연에서 어머니와의 함께하던 시절의 정황들을 조용히 언급하듯
노래를 하고 2연으로 들어와 1연 그대로의 정황을 떠 올리는 반복적 상황의 노래
/그대 눈동자 어두운 골목/
/바람이 불고 저녁별 뜰 때/
2연 1,2,3행이 고백을 하듯 어머니와 늘 함께하던 시절 화자에게 마음속 깊이
새겨진 이미지즘을 형상화하는 과정에서 현실을 잇는 현재에 이르러서 까지도
어머니에 대한 지극한 향수가 효자가 되게하는 핵심적인 다짐의 그림이 됩니다.
더욱이 초기작 전체가 1연으로 된 작품중에 퇴고를 하면서 누락된 12행을 살펴보면
내 그대 인생의 눈부처 되리. 라고 화자는 분명하게 노래를 합니다.
